
매년 연초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의식이 있다. 새 다이어리를 펴고, 올해의 목표를 적어 본다.
작년에는 내가 뭘 적었더라.. 운동, 저축, 자기계발.. 늘 비슷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이어리는 어느새 책장 어딘가에 꽂혀, 다시 펼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그런 목표가 떠오르지 않는다. 일을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먹고 자다보니 어느새 1월의 말이 다가왔다.
새해 첫날의 비장한 결심도,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조급함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와 버렸다고 해야 할까...(다이어리도 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스스로에게 참 관대했다. 친구와의 약속에는 늘 10분 먼저 도착하고, 업무 마감은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정작 나와의 약속은 너무 쉽게 깨버린다.
"내일 내일부터 운동해야지" 라는 말은 습관처럼 반복됐고, "이번 주말에는 책 좀 읽어야지" 라는 다짐은 항상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만의 루틴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다. 알람에게는 늘 졌고, 다짐은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나는 나에게 너무 쉽게 넘어갔다. 어쩌면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진부하지만 삶의 방식을 바꿔야하지 않을까?
20대 만든 영상에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영상이 있었는데..
아무튼 그런 막연한 목표 대신, 좀더 솔직하고 세속적인 이유를 붙여 보는건 어떨까..
여행을 가고 싶으니까 돈을 모으고,
해외 컨퍼런스에 참서가고 싶으니까 영어를 공부하고,
사람들과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싶으니까 골프 연습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순수한 자기 발전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보상을 전제로 움직이는 방식ㅋ
MMORPG 게임을 보면 단순한다. 퀘스트가 있고, 보상이 있다. 경험치가 쌇이고 레벨이 오르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밤을 새워가며 플레이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의 나는 어땠을까. 운동을 해도 당장 달라지는 건 없고, 공부를 해도 써먹을 데가 없으니 동력이 생길 리 없었다.
나에게도 작은 퀘스트와 분명한 보상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젊은 시절, 부모님은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살아오셨을까.
새벽 같이 일어나 회사로 향하시던 아부지, 집안일과 육아를 맡으면서도 일도 놓지 않으셨던 어무니.
그 긴 세월을 버텨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아마도 '자식'이라는 너무나 명확한 목표 때문이이었을 것이다.
먹이고, 입히고,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 그게 부모님의 퀘스트이자 보상이었을 테다.
그런면 아직 혼자인 나는 누구를 위해 움직여야 할까. 나 자실을 위해서 달리기엔 나는 게으르고, 누군가를 위해 달리기엔 그런 존재가 없다.
이 어정쩡한 시기를 어떤게 건너야 할지 막막해 진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정체감이 있었다. 올해로 삼재가 끝나다.
평소엔 그런걸 믿지 않았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 3년은 유독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버거웠다.
뭔가를 해보려 하면 막히고, 잘 풀리던 일도 꼬이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만큼 힘들었다.
삼재가 끝난 올해는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나는 나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갑자기 부지런해질 것 같지도 않고, 거창한 목표를 세워 끝까지 지켜낼 사람이 될 것 같지도 않다.
마흔이 넘어도 천성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ㅎㅎ
다만, 이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는 조금 기대가 된다. 인생을 바꿀 목표는 아니더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내는것. 거창한 성취가 아니다라도, 작은 퀘스트 하나쯤은 깨보고 싶은 것.
그래서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나..
아직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만큼은, 침대에 누워 아무생각 없이 핸드폰만 보던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목표를 세우지 못한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한 오늘만큼은.. 후후후